" '불이야'하는 순간 본능적으로 소화기를 들고 불부터 껐죠"<br /><br />첫마디만 들으면 소방대원의 이야기로 알겠지만 사실은 지하철 역무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. <br /><br />지난 28일 오전 10시 54분쯤 서울 강남구 도곡동 지하철 3호선 도곡역에 진입하려던 (오금 방면) 전동차 객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. <br /><br />70대 남성이 재판결과에 불만을 품고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전동차 객실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인 것. 마침 객실 안에는 매봉역에서 도곡역으로 출장차 이동 중인 역무원 권순중(46. 서울메트로 매봉역사)씨도 탑승 중이었다. <br /><br />"갑자기'불이야' 소리가 들려서 뒤를 돌아보니 가슴 높이까지 불길이 치솟더라고요. 119 신고를 하려고 했는데 핸드폰을 놓쳐서 시민들께 '119 신고해 달라! 비상벨 누르라!'고 외치고는 소화기를 집어 들고 진화에 나섰죠. 그러면서 시민들께는 대피하라고 소리치고요" <br /><br />그의 빠른 대처로 1차 불길은 잡혔지만 방화범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. 2차, 3차 방화에 나서면서 권씨의 화재진압을 방해한 것이다. <br /><br />권 씨는 방화범과의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고 오로지 화재진압에만 전념했다. 그러자 이번엔 소화기가 말썽이다. 1차 진압시에 화재칸에 있던 소화기를 다 쓴 것이다. <br /><br />그가 '소화기 소화기' 소리치자 어느새 시민들 손에서 소화기가 건네졌고 그는 화재진압을 할 수 있었다. <br /><br />"시민들이 도와줘서 화재진압을 막고 대형참사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어요. 119 구조전화. 비상벨. 끝까지 현장에서 소화기 건네준 시민들.. 전부다 당시 현장에서 나를 도와준 이름 모를 시민들께 이 자릴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"<br /><br />권 씨의 용기 덕분에 전동차에 탐승한 370명의 목숨을 구한 셈인데도 그는 영웅심보다 현장에서 자신을 도와준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.